2011년 1월 10일 월요일

맬키엘 "현금비중 큰 中부동산 투자 美와 달라…과열이지만 리스크 적다"

버튼 맬키엘 美 프린스턴대 교수
"중국 투자 늘려라"
美글로벌인덱스펀드 비중 2% 불과
中사업 확대하는 외국기업 주목
입력: 2011-01-10 18:14 / 수정: 2011-01-10 18:14

월가 금융전문가들의 필독 투자 지침서인 '랜덤워크 투자전략(원제 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의 저자 버튼 맬키엘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78)는 "투자 접근이 쉽지 않아도 급성장하는 중국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31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10%에 달하는데 미국 글로벌인덱스펀드의 중국 주식 편입 비중은 2%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맬키엘 교수는 1970년대부터 자본시장의 가격이 이용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효율적인 시장 가설'을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달 내놓은 '랜덤워크 투자전략' 개정판에서 올해는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늘리되,중국 등 이머징마켓 투자를 확대할 것을 권유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앞으로 수십년 동안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날고 기는 투자가라도 계속해서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맬키엘 교수로부터 신년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랜덤워크 투자전략'을 1973년 첫 발간했고 최근 10번째 개정판을 내놓았는데요. 개정판에서 어떤 점을 강조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본 골격은 같아요. 다만 투자 대상이 많아진 상황에서 어떤 투자 전략이 유효한지를 짚어봤습니다. 예를 들어 상장지수펀드(ETF)가 대중화되면서 뮤추얼펀드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았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또 분산 투자를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지배하다시피 했지요. 하지만 이제 성장을 주도하는 곳은 이머징 국가들입니다. 특히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주목해야 합니다.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가들조차 이머징 시장에 지나칠 정도로 적게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미국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말씀이지요.

"미국 투자가라고 해서 포트폴리오를 미국의 주식과 채권에 국한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미국 경제는 전 세계 GDP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경제를 다 합해도 50%가 약간 넘지요. 그런 만큼 성장이 급속히 진행되는 시장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합니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정책에 힘입어 1980년대 이후 30년 동안 유례없는 고성장을 기록해왔습니다. 중국 중서부 개발과 도시화,고학력 노동인구 증가로 고성장은 적어도 수십년 지속될 것입니다. 엄청난 인프라 투자가 뒤따를 수밖에 없지요. 장기적으로 보면 고성장은 주가 상승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됩니다. "

▼하지만 중국 시장은 접근이 제한된 탓에 적극적인 투자가 어렵다는 불만들이 있는데요. 중국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어떻게 보십니까.

"물론 위험이 있습니다. 위험이 있다고 해서 투자를 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요. 먼저 (중국 밖에 있는) 국제 주식시장에 등록된 중국 기업 투자를 고려할 수 있지요. 홍콩의 H주식과 뉴욕의 N주식이 대표적인데요. 지배구조와 회계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은 기업들입니다. 뉴욕 주식시장에 등록된 중국 기업들은 국제 일반회계기준(GAAP)에 따라 회계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명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요. 그 정도의 리스크도 싫다면 중국 사업을 확대하는 외국 기업에 투자해도 됩니다. KFC의 모기업인 얌브랜드는 미국 사업은 썩 좋지 않지만 중국 사업을 통해 성장하는 곳입니다. 한국 기업 중에는 삼성이 중국 사업으로 수혜를 본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요. "

▼하지만 중국 경제가 과열됐다는 지적과 함께 부동산 시장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뛰는 물가가 문제이긴 하지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작년 10월에 4.4%,11월에는 5.1%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대부분 식량 등 수입물가 상승이 주된 원인입니다. 통화당국이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은행에 대출 기준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 덕분에 경기 연착륙이 가능할 것입니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막으려면 위안화가치 상승을 용인할 수도 있겠지요. 부동산 시장은 20년째 거품이 쌓여왔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짐 차노스 등 일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지요. 하지만 경제를 곤경에 빠트린 미국이나 아일랜드의 부동산 거품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은 부동산 투기가 대부분 보유 현금으로 이뤄졌습니다. 미국처럼 은행 빚을 내서 주택을 산 것과는 다릅니다. 미국과 아일랜드는 GDP 대비 빚 비중이 100%에 가깝지만 중국은 16%에 불과합니다. 중국에 투자를 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이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

▼시장 가격이 접근 가능한 모든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하시는데요. 그렇다면 거품이 터져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현상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효율적 시장 가설'에서는 시장 가격이 항상 옳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자산 가격은 미래 현금 흐름을 반영한 현재의 할인 가격으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면 거품이 생기겠지요. 1999~2000년 인터넷 주식 거품과 1995~1996년 부동산 거품 등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누구도 적정 시장 가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시장은 효율적이지만 시장이 오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요. "

▼S&P 500 지수는 2009년 3월 저점 이후 90% 이상 올랐습니다. 여전히 주식 투자가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나요.

"주식 가치 측정 방식으로 보면 미국 주가는 평균선보다 조금 높은 편입니다. 세계적으로는 적정 수준이고요. 투자 환경에 비춰볼 때 1970~1980년대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비교하면 여전히 투자 매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7~7.5%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

▼2011년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전혀 알 수 없지요.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1년 동안의 짧은 기간을 두고 수익률을 예측하긴 어렵습니다. 기업의 수익성을 감안해 미뤄 짐작할 순 있겠지만 말입니다. 5년,10년을 보면 7~7.5%의 수익률을 기대해도 좋다는 얘기입니다. "

▼개별 투자에 대해 회의적이신데요. 그래도 일부 헤지펀드는 공격적인 개별 투자로 매년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지 않습니까.

"몇몇 헤지펀드들이 지속적으로 돈을 벌긴 하지요. 하지만 상당수 헤지펀드는 그렇질 못합니다. 심지어 투자의 귀재인 조지 소로스와 줄리언 로버슨도 고전했던 해가 있지 않습니까. '효율적 시장 가설'은 리스크와 리턴(수익) 간 관계가 없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차입을 통해 위험 자산에 투자했다면 시장 평균보다 더 많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겠죠.하지만 그런 높은 수익률은 위험을 감수한 투자 결과일 뿐 헤지펀드 운용자의 천재성 덕분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마련한 감세조치를 연장한 게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효과를 볼 것입니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2011년 미국 경제가 3%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저는 4% 이상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미국 달러가 기축 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당장 그런 현상이 발생하진 않을 것입니다. 위안화를 얘기할 수 있지만 정부가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화폐(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수 없지요. 중국 정부는 단시일 내 외환자유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될 순 있겠지요. 유로는 달러보다 형편이 더 좋지 않기 때문에 거론할 필요도 없고요. "

▼한국 주식 시장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매우 유망합니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입니다. 한국 경제가 이뤄놓은 성과는 아주 인상적이지요. 저는 집에서 한국 기업이 만든 TV를 봅니다. 또 현대 제네시스를 살까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장모가 사시는 플로리다를 방문했을 때 (고급 주택이 몰려있는)워스 애비뉴에 5대의 제네시스가 롤스로이스,벤틀리와 함께 주차해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저력을 믿습니다. "

버튼 맬키엘 美 프린스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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